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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책 소개] 지우개 / 글.그림 오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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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는 정말 지우기만 하는 물건일까요? 연필은 정말 쓰기만 하는 물건일까요?
지우개와 종이가 펼치는 엉뚱한 세상에 빠져 보세요!

 

 

지우개
글·그림 | 오세나


양장본 240*237
ISBN 978-89-5618-791-4 77810
쪽 48쪽  값 15,000원
발행일 2018년 4월 15일
펴낸 곳 반달

 

그림책일까, 공책일까?

이 그림책은 그림책이 아닙니다. 보통 그림책 표지에는 제목이 있고, 지은이 이름이 있고, 펴낸 곳이 적혀 있는데, 이 책의 표지에는 아무것도 안 적혀 있으니 그냥 공책입니다. 그렇지만 그냥 빈 공책은 아닌 듯합니다. 누군가가 연필로 아무렇게나 그려 놓은 듯한 그림이 있고, 그 아래에는 지우개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공책에 낙서를 해 놓은 걸까요?

이 물건을 들어 꼼꼼히 살펴봅니다. 공책이 아니라 책입니다. 제목과 지은이와 펴낸 곳은 책등에도 있고, 책 속에도 있으니 책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또 책장을 넘겨 보면 그림과 글자도 있습니다. 그림책입니다.

 

그럼 이제 이 책이 무슨 내용이기에 이렇게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지 책장을 펼쳐볼까요?

첫 장 왼쪽에는 물고기가 된 지우개가 있고, ‘닭’이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오른쪽은 표지에서 본 까만 낙서 장면입니다. 숨은 그림 찾기 책인가 하고 열심히 찾아봅니다. 닭닭닭닭……. 어디 있을까, 닭……. ‘월리를 찾아라’처럼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포기하고 다음 장을 넘깁니다.
뱀. 누군가가 닭이라는 글자는 쓱쓱 문질러 지우고 그 옆에 ‘뱀’이라는 글자를 썼습니다. 오른쪽에는 지우개 물고기가 한 줄을 긋고 헤엄칩니다. 그 자리가 뱀 같기도 하지만, 글쎄요…….

그다음다음 장에는 닭, 뱀, 도마뱀은 지워져 있고, ‘거미’라는 글자와 ‘아니야’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거미가 아니라는 뜻인지, 누군가가 ‘거미’라고 말했는데, 다른 누군가가 ‘아니야’라고 했는지 모르겠네요. 오른쪽 그림에서 거미를 찾아보려고 해 보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책장을 더 넘겨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왼쪽은 글자가 지워지고, 오른쪽은 그려지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책인지, 그림으로 푸는 수수께끼 책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지우개일까, 연필일까?


‘나를 바보로 아는 거야?’ 싶은 마음이 부글거립니다. 하지만 꾹 참고 끝까지 넘겨 봅니다. 왼쪽의 글자는 자꾸 지워졌다 나타나고, 오른쪽 그림은 자꾸 다른 그림으로 바뀌며 수수께끼 같은 흐름을 이어갑니다. 왼쪽 글자가 다 지워지고 아무것도 읽을 수 없을 때, 오른쪽에 생겼던 그림도 다 지워집니다. 그런데 지우다 잘못했는지 공책이 찢어져서 구멍이 생겨 버렸지요. 그 구멍으로 작은 물고기 지우개가 사라집니다. 마지막 장면을 넘겨 보니, 그 물고기 지우개는 전혀 다른 물고기가 되어 있네요.

 

 

아, 뭔가 살짝 알 것 같습니다. 속은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이 책은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거꾸로 말하게 하는 책인 듯합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지우개는 무언가를 그리고, 연필은 무언가를 지운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지우개는 지워 나가면서도 자꾸 무언가를 그립니다. 연필은 써 나가면서도 자꾸 글자를 지웁니다. 그러면서 장난을 치듯 읽는 이와 함께 이 수수께끼 같은 놀이를 이어갑니다. 이 비밀을 알아채고 나서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구멍을 빠져나온 물고기를 보고 하마터면 이렇게 외칠 뻔했습니다.
“너 지우개지?” 아무리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지우개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지요.

 

그런데 아직도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습니다. 정말 닭이 저 새까만 낙서 속에 있는데 나만 못 찾는 걸까요? 정말 저 기다란 줄이 뱀처럼 보여서 ‘뱀’이라고 쓴 걸까요? 누구는 ‘얼룩말’이라고 하는데, 다른 누구는 ‘웃음’이라고 하는 건 무슨 장난일까요?

 



하나에 한 가지, 하나에 백 가지


오세나 작가는 알 듯 말 듯한 말을 합니다. 
“하늘의 달이 스스로 비우기도 하고 채우기도 하는 것처럼, 나도 자연처럼 살고 싶다.”
달은 날마다 모습을 바꿉니다. 지우개도 지울 때마다 모습이 달라지지요. 연필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러니까 어떤 한 가지 사물에는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모습이 있고, 그 모습은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말을 하려는 뜻은 아닐까요?

그렇게 풀이해 보면, 수수께끼 같은 말놀이도 이제야 풀리는 듯합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보인다면 정말 그렇게 보여서 그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비록 내 눈에는 소가 돼지 같아 보여도, 그 사람 눈에는 돼지가 소처럼 보일 수 있을 테니까요. 혹시 알아요? 정말 소가 돼지이고, 돼지가 염소일지.

 

마지막 물음 하나,
여러분은 마지막 장면의 구멍에서 나온 물고기가 무엇으로 보이시나요? 


[작가 소개]

 

오세나
대학에서 한국화를 배우고 그림 작업을 해 오다, 2013년에 《로봇 친구》라는 첫 그림책을 펴냈습니다. 어릴 적부터 글 쓰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데, 지금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 일을 다 하고 있어서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하지만 두려움도 있습니다.
두 번째 그림책인 《지우개》는 즐겁지만 두려운 나에게 나의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방향을 알려 준 고마운 책입니다.
지우개는 무언가를 지우기만 하는 물건이 아니라 쓰거나 그리기도 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하늘에 달린 달이 스스로 비우기도 하고 채우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나도 지우개와 달처럼 지우기도 하고 쓰기도 하고, 비우기도 하고 채우기도 하면서 자연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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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는 오세나 작가의 책 '지우개' 보도자료를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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