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이달의 기능 한국인 정정환 대표

  「이달의 기능 한국인」 157번째 수상자 정정환 대표는 자동차, 중장비, 선박, 농기계 등의 핵심 부품을 가공하는 데 필요한 브로칭머신 설계 및 제작 분야의 전문 기술인이다. 일본 제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브로칭머신 시장에서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한국브로치㈜를 국내시장 점유율 90% 이상의 선도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사진제공 고용노동부

■ 정치가를 꿈꾸던 소년, 기술인 되다 

  어린 시절 정정환 대표의 꿈은 정치가나 군인이 되어 고향에서 출세하는 것이었다. 공부를 곧잘 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대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정 대표는 학비 걱정 없는 국립부산기계공고에 진학하면서 어릴 적 꿈과는 먼 기술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처음 6개월은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와 낯선 환경에 마음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전국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학교생활에 차츰 적응해 나가면서 故 정주영 회장 같은 기업인이 되겠다는 새로운 꿈도 갖게 됐다. 

  고교 졸업 후, 정정환 대표가 처음으로 취직한 곳은 현대중공업 중전기 부문이었다. 대형 변압기와 모터를 만드는 현장에서 배관과 용접 업무를 지원하며 경력을 쌓아 나갔다. 특히, 말단에서나마 평소 흠모했던 故 정주영 회장의 현장 지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정 대표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그의 열정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정 대표는 기업인이라는 더 큰 꿈을 위해 병역특례도 마다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 기술을 배우며 꿈에 가까워지다 

  군 전역 후, 정정환 대표가 선택한 직장은 스테인리스 그릇 등을 생산하는 기계를 만드는 유압 회사였다. 항공 회사 등 대기업으로 취직할 기회도 있었지만, 정 대표는 ‘자신만의 전문 기술을 가져야 오랫동안 살아남아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과감히 선택했다. 인고의 노력 끝에 이곳에서 2년 만에 유압 기술을 터득한 정 대표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해 또 한 번의 전직을 했다. 

  ㈜남경에 창립 멤버로 합류한 정 대표는 신설된 기계사업부 업무에 자신의 유압 기술을 적용하는 한편, 기계를 활용하여 자동으로 부품을 공급해주는 자동화 기술을 빠르게 익혀나갔다. 당시 ㈜남경의 목표는 일본 제품이 대부분인 ‘브로칭머신의 국산화’였다. 정 대표가 직원들과 의기투합하여 중고 일본 브로칭머신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국산화를 꿈꾸던 것이 1987년의 일이다. 그 후로 현재까지 정정환 대표는 33년간 브로칭머신 업계에 종사해 오고 있다.

  젊은 시절,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정 대표가 배우고 익혔던 배관, 유압, 자동화 기술은 한국브로치㈜ 설립의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다. 정 대표는 이때의 노력들이 있었기에, 현재 기술력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새로운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굳은 의지와 철야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이 있었기에 ‘내 회사를 꼭 갖고 싶다’는 정정환 대표의 오랜 꿈은 마침내 현실이 될 수 있었다. 

■ 브로칭머신의 국산화에 성공하다 

  엔진을 비롯하여 핸들, 브레이크, 바퀴, 안전벨트 등 자동차의 안전과 주행에 가장 중요한 부품을 생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특수기계가 브로칭머신이다. 국내 기준으로 100억~200억 정도의 규모를 가진 시장이지만 제품의 특성상 아무에게나 진입이 쉬운 분야는 아니다. 정정환 대표는 브로칭머신이 매출 규모의 측면에서 대기업이 손대지 않을 틈새 시장이라 판단했고,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근간이 자동차라는 점 때문에 브로칭머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브로칭머신은 맞물려 돌아가는 기어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는데, 기어가 정교하게 만들어질수록 자동차의 엔진과 바퀴, 브레이크의 소음이 나지 않고, 주행이 부드러워진다. 그런데 과거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던 브로칭머신은 약 80% 이상이 일본 제품이었다. 정정환 대표는 일본, 유럽 등의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점을 경력 중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특히 2010년 이후로 국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일본 제품을 꾸준히 앞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브로치㈜에서 생산하는 브로칭머신의 종류는 총 20여 가지에 이른다. 브로칭머신의 설계부터 조립, 시험 운전, 설치 및 AS까지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 90%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생산 제품의 30% 정도를 멕시코, 인도 등 세계 7개국 자동차 부품업체에 꾸준히 수출하고 있으며 2016년 150만 달러, 2017년 167만 달러, 2018년 91만 달러 등의 실적을 올린 바 있다. 

■ 새로운 도전 분야, 능동형 머신 개발 

  정정환 대표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및 유럽통합규격(CE) 인증, 국제표준기구(ISO) 인증 등을 획득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세계 최초로 브레이크 부품인 ‘캘리퍼 가공용 2축 테이블 리프트 브로칭머신’을 개발하는 등 다수의 특허 및 실용신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툴 이동형 브로칭머신’, ‘테이블 리프트형 브로칭머신’은 작업자가 조작을 더욱 능률적이고 신속,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두어 개발한 제품이다. 기존 제품 대비 소음 절감, 설치 공간 감소 등으로 작업환경의 개선 효과를 높였다. ‘실링 모듈’은 허브 어셈블리(몇 개의 작은 부품을 조립해 만든 덩어리 부품) 상태에서 내부 가공을 할 때 베어링부에 절삭유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특허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다. 이 경우 생산성 증대 및 생산원가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브로치㈜는 출하된 장비의 구동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능동형 브로칭머신을 개발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장비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장비가 개발된다면 앞으로는 모니터 등을 통해 원거리에서도 기기 점검 및 AS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공구의 수명, 생산 개수 등의 전산 관리까지 가능해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는 것이 정정환 대표의 목표다. 

사진제공 고용노동부

 

■ 현장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정정환 대표는 약 4년 전부터 동명대, 부산외대 졸업반 학생들이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현장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주기적인 기술 체크를 통해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쌓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실질적인 기술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동명대와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브로칭 이후, 제품에 묻어 나가는 기름을 재활용하여 효과적인 원가 절감 및 환경 보호 방법을 연구하는 등 숙련기술 전수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오히려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 정 대표는 기술인으로서 현장 경험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특히 많은 예비숙련기술인들이 기술 습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후배들을 위해 독일이나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처럼 제조업의 긍지를 가지고 기술인이 우대받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한다는 정정환 대표는 본인도 기능 한국인으로서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를 돕겠다고 밝혔다.

 2020년 3월 선정자 공적 개요

□ 성명 : 정정환 / 만 59세, 한국브로치(주) 대표이사 

 ○ 소속업체 현황 

  - 업종 : 제조업

  - 주 생산품 : 브로칭머신, 브로칭머신 주변장치

  - 사업장 규모 : 상시 근로자 수 12명, 매출액 77억

  - 소재지 : 경남 양산시 상북면 

 ○ 주요경력

  - ’03 ~ 현재 한국브로치㈜ 대표이사 

  - ’87 ~ ’02 남경크락스 이사 / 한국브로치공업㈜ 대표이사

  - ’78 ~ ’87 현대중공업 주임 / 부산유압 과장 

 ○ 출신학교 

  - 부산기계공업고등학교

  - 동명대학교 / 부산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공학석사)

 ○ 특허‧실용신안 취득 및 국제규격 국제표준기구(ISO) 인증 등

  - (특허) 제10-1779067호 “툴 이동형 브로칭머신”(단독) 외 7건

  - (실용신안) 제20-0359602호 “브로칭머신의 자동이송장치”(공동)

  - 국제표준기구(ISO) 9001:2015 “자동화공작기계 설계, 개발 및 제조” 외 1건

 ○ 숙련기술 전수 실적

  - 부산기계공고 / 밀양전자고

  - 경남대 / 동원과학대 / 부산외대 / 동명대

 ○ 보유 자격증

  - 전기용접기능사 / 가스용접기능사

 ○ 주요 수상내역

  -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17)

  - 중소기업청장 표창(’16) 외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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